8회 필름게이트 제작지원작 <박스> 촬영현장
8회 필름게이트 제작지원작 <박스> 촬영현장
“내가 쓴 이야기, 배우의 연기를 통해 보는 순간 울컥했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10월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가, 필름게이트 제작지원작 이미지 감독의 <박스> 4회차 촬영 시작 전 촬영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으로 저 멀리 길가에 앉아 김밥을 먹는 열명 남짓한 무리들이 <박스>의 촬영팀이라걸 직감했는데요. 골목골목을 누비며 택배 박스를 배달하는 청년 ‘정현’의 연기를 첫 스타트로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박스>는 택배기사 청년과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의 교감을 통한 가족애를 그린 이야기로, 필름게이트 선정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자식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는 어버이의 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훌륭하게 표현해 낸 작품’으로 ‘그 실용성과 사회성에서 오늘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인정받을 것’ 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 속 배경이 여름인 탓에 흩날리는 낙엽을 분주히 쓸어 담으면서 특유의 밝고 기운찬 에너지로 스탭과 배우들을 이끌며 현장을 지휘했던 이미지 감독을, 재학 중인 교정에서 만나 <박스>의 제작기를 들어봤습니다.
<박스>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알고 싶습니다.
택배기사 청년과 박스를 뒤집어 쓴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강하게 꽂히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을 등한시하는 정현과 가족에게 버림받은 할아버지를 통해 ‘가족’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자 했고요. 제 생각에 가족이라는 게 ‘짐’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고, ‘선물’이라고 여겨질 때가 있는 것 같은데 모두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가족이 ‘선물’이라고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청년과 교감을 나누는 할아버지 ‘기동’ 역할을 영화배우 명계남 씨가 맡았습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한데요.
언젠가 명계남 선생님이 출연한 단편영화를 보고 용기를 내 연락을 드렸어요. ‘과연 학생 영화에 출연해주실까’ 걱정했는데 흔쾌히 출연을 허락해 주셔서 기분 좋게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워낙 대선배님이다 보니 연기 주문을 드리기 조심스러웠는데 진짜 저희 할아버지처럼 편하게 느껴졌고, 제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아이디어를 많이 보태주셨어요. 제가 쓴 이야기가 명계남 선생님께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연기를 하실 때에는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 닦고 안운 척 했어요.(웃음)
단편영화의 촬영현장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명계남 선생님께서 사진 찍어달라는 동네주민분들 때문에 좀 힘드셨을 거에요.
스탭들은 어떻게 꾸리게 되었나요?
한예종 전문사 동기들인데 최소한의 메인 스탭들로만 인원을 구성했는데 본인 포지션 외에도 연출팀 마냥 잘 도와줘서 감독 입장에서 너무 고마운 존재들이죠.
배우, 스탭들과 쉬는 시간에는 장난스레 사진도 찍으며 화기애애한 촬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5회차 촬영하는 동안 힘든 점이 있었다면요?
제 성격상 촬영장에서 예민해져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웃음) 5회차 촬영을 쉼없이 찍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분과 밤 촬영 때의 추위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도전 만에 필름게이트에 선정이 됐다고요?
7회 때 지원했는데 1차에서 떨어졌어요. 두 번째 지원해서 선정된 건데 발표나기 전까지도 당연히 안될거라고 생각했고요. 영화 제작비를 마련할 길이 보이지 않아서 휴학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어요. 발표하던 날, 드라마 편집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시간에 맞춰 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반복해서 ‘새로고침’을 하고 있었는데 제 시나리오 제목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어요.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놀랄 정도로요.(웃음)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다 만들고 싶어요. 하하. 다음 단편영화를 통해서는 <박스>와는 다른 치매 노인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할말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만드는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이잖아요. 재밌고 짜릿한 작업이에요.(웃음)